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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먹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버섯 균사체로 가죽 만드는 현대차 직원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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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균사체 인공가죽을 소재로 만든 다양한 가죽 제품. 




지난 3일 경기도 군포역 인근의 한 빌딩.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인조가죽을 생산하는 농업 관련 스타트업 ‘마이셀’을 찾았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주변이 논밭인 한적한 시골풍경을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하철역에서 걸어 5분 남짓 떨어진 10층 정도의 빌딩 2층에 있었다.


회사 내부는 과거 중소기업 취재를 담당할 때 봤던 바이오 스타트업의 실험실과 다르지 않았다. 연구실 사방에 설치된 선반에는 다양한 실험 장비들과 버섯 균사체를 키우는 용기들이 놓여 있었다.


마이셀은 정확이 말하자면 아직 회사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이 회사로부터 개발비를 지원받아 출범한 사내 스타트업이다. 아직 분사를 하지 않아 3명의 직원 모두 현대자동차 소속이다.


팀원들이 설명을 위해 보여준 버섯균사체로 만든 가죽은 인조가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지간한 합성피혁(인조가죽)의 경우 좀 민감한 사람이라면 한 눈에 구분할 수 있지만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은 천연가죽과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손으로 만져도 천연가죽처럼 느껴졌다. 손으로는 찢어지지 않을 만큼 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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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진 마이셀 대표가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인조가죽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성진 마이셀 대표(사진·42)는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조가죽은 소재가 늘어나는 것을 버티는 정도인 '인장강도'나 소재가 찢어지는 정도를 의미하는 '인열강도'가 천연가죽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자동차 회사 현대차 직원들이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조가죽 개발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버섯균사체를 소재로 활용한 인공가죽은 세계 최초인가.


"우리가 세계 최초로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공가죽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2007년 미국의 에코베이트라는 회사가 버섯 균사체로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마이코웍스라는 회사는 버섯 균사체를 가공한 가죽을 개발했다."



앞서 사업에 나선 기업들이 있는데, 특허에는 문제가 없나.


"버섯 균사체를 소재로 인조가죽을 생산하는 기술은 범용 기술로 인정받는다. 사업 성공의 관건은 ‘어떻게 버섯 균사체를 빠르게 원하는 면적으로 키우는가’인데 이는 생산 노하우에 해당한다. 누에를 키워 비단을 생산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누에를 키워 비단을 생산하는 일은 고급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건강한 누에를 키워 질 좋은 비단을 생산할 수 있는가다. "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프랑스 도로교통안전국 산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 요리학교 다니던 한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공수한 버섯으로 요리를 만들어 자신의 학교 요리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그 때 한국의 농부들이 최고의 기술로 최고 품질의 버섯을 재배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때부터 버섯을 소재로 활용해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이후 버섯의 쓰임새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러던 중 버섯 재배 농장에서 버섯의 뿌리에 해당하는 균사체가 가득한 배지를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재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버린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 미국에서 버섯 균사체로 포장재와 가죽을 만든다는 정보를 접했다. 특허에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인조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공부했다."



굳이 인조가죽을 만들게 된 이유는.


"우리는 현대자동차 회사 직원들이다. 그런데 자동차에는 엄청나게 많은 가죽이 사용된다. 천연가죽, 인조가죽 모두 사용한다. 문제는 천연가죽 가공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환경규제가 강력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가죽 가공공장 주변 하천은 한결같이 썩어 있었다.


인조가죽은 천연가죽이 가진 특유의 질감과 고급스러움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지만 자동차를 폐차할 때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점도 문제다. 천연소재인 버섯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던 터라 자동차에 사용되는 가죽을 대체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주로 어떤 버섯의 균사체를 이용하는가.


"현재 우리는 상황버섯과 영지버섯, 그리고 느타리 버섯의 균사체로 가죽을 만든다. 앞으로 이들 버섯 균사체보다 더 좋은 균사체가 있는지 계속 연구하고 생산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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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균사체 배양 모습.




버섯을 수확하고 남은 균사체를 활용해 인조가죽을 만드나.


"아니다. 우리는 버섯이 자라기 전 단계인 곰팡이처럼 생긴 균사체로 가죽을 만든다."



천연가죽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산비가 저렴해야 할 텐데.


"생산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소 한마리 분량의 가죽을 가공하는 비용은 6만8000원쯤이다. 버섯균사체를 이용해 같은 크기의 가죽을 생산할 때는 4만8000원이 든다. 2만원이 싸다."



직접 버섯 균사체도 생산할 계획인가.


"직접 버섯 균사체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농가의 버섯재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균사체 생산은 농가에 맡기고 우리는 이를 공급받아 인공가죽으로 가공해 가죽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와 패션회사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의 다른 장점이 있다면.


"천연가죽을 가공할 때보다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가죽을 소재로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천연가죽으로 주로 이용되는 소가죽의 경우 가공단계가 무려 10단계에 달할 정도로 과정이 복잡하다. 균사체를 이용해 가죽을 생산하면 천연가죽을 가공할 때 발생하는 중금속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공가죽은 폐기물 발생도 적다. 가구나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소 가죽은 생산할 때 원피 무게의 30%가 폐기물로 발생한다. 처치곤란이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공가죽 생산에 필요한 물 사용량도 천연가죽을 가공할 때 필요한 양의 1%면 충분하다."



대체 가죽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석유화합물을 기본 원료로 하는 합성가죽을 포함한 세계 대체 가죽시장 규모는 850억달러(약 87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국내 시장도 어림잡아 4000억원쯤으로 추산된다.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합성가죽의 경우 생산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하지만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인공가죽은 친환경적이어서 합성가죽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비가 저렴하고 친환경적이어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할텐데.


"용도는 천연가죽이나 인조합성가죽이 쓰이는 곳이라면 버섯균사체로 만든 가죽을 사용해도 된다. 특히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가죽의 경우 평탄화 과정을 거친 뒤 가죽 엠보 패턴을 넣으면 천연가죽의 느낌과 흡사하다. 패션디자이너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 이들과 협업해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었는데, 천연가죽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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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균사체로 만든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인공가죽. 



"버섯 균사체를 확보한 뒤 가장 먼저 표백작업을 한다. 원재료를 표백해 하얗게 만드는 이유는 염색을 한 뒤 원하는 균일한 색을 얻기 위해서다. 이후 균사체에 바이오폴리머를 넣어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수요자가 원하는 색을 입히는 염색과 코팅 과정을 거치면 천연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인조가죽이 된다." 바이오폴리머(biopolymer)는 생물이 생산하는 고분자 화합물로 섬유소·리그닌·키틴·알긴산과 같은 다당류나 고분자 단백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버섯균사체를 생산하고 남은 폐기물은 버리는가.


"우리는 목재 톱밥과 커피 찌꺼기, 배양액 등으로 균사체를 키운다. 균사체를 수확하고 남은 톱밥이나 커피찌꺼기는 퇴비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열압축 과정을 거치면 보드나 타일로 만들 수 있다.


균사체를 키우고 남은 배양액도 유용하다. 여기에는 체외다당체인 베타글루칸 등 발효물질이 들어 있어 화장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언제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한가.


"우선 내년 1분기에 회사를 현대차에서 스핀 오프하고, 2분기부터는 원하는 사이즈로 버섯 균사체를 키우는 실증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또 내년 4분기부터는 균사체를 원료로 한 가죽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해 늦어도 2021년 말까지는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 목표는 2022년 2분기 쯤 자동차 시트용으로 가죽을 공급하는 것이다.


2021년에는 균사체 배양액을 활용한 화장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핀오프는 특정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이 해당 연구 결과를 가지고 창업을 할 경우, 위험이 줄어들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조가죽이나 화장품·의약품 이외에 다른 제품을 만들 계획은.


"비건족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인공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균사체를 이용한 인조가죽 생산과 판매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균사체를 활용해 대체육을 개발할 예정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인공육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이 출현하지 않은 만큼 우리가 열심히 하면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건은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고기를 비롯해 우유와 달걀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비건족은 실크나 가죽처럼 동물로부터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