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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인구 먹여살릴 프로젝트...
균사체 고기 "미래의 맛, 미래의 멋"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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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FUTURE]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인터뷰 ①



지난해는 거대한 전환의 서막으로 기억될 법하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는 삶의 양식을 등 떠밀려 급격히 바꿔야 했다. 이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비대면 회의와 비대면 강의의 증가, 배달 시스템의 고성장과 그에 따른 서비스업 구조 변화, 게임을 비롯한 실내 여가 산업의 고도성장, 공공의료 서비스 중요도의 부각 등도 일시적 수요 폭발이었다고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유럽의 팬데믹이 중세를 닫고 근세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지난해는 훗날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가 크게는 장기간 이어진 인류의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단면이었듯, 이미 거대한 변화는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가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첨단 산업의 질주가 있다. 두 변화에 따른 여파를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앞으로 인류에게 큰 숙제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에 장기 연재한 '유라시아 견문' 시리즈를 통해 독자에게 익숙한 역사학자 이병한 작가가 생태 전환을 모색하는 신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담은 'DEEP FUTURE' 연재를 새로 시작한다. 연재명은 과거의 생태주의와 미래의 기술이 조화하는 방향에서 전환을 모색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병한 작가는 생태운동과 미래 혁명을 조화하자는 뜻에서 앞서 비정부기구(NGO) 'EARTH+'를 출범해 '새로운 백년'을 고민하는 운동을 시작한 바 있다. 


누구보다 앞서 '전환을 위한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연재는 매주 수요일 발행된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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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진 마이셀프로젝트 대표. ⓒ사성진 제공 



1. 바이오테크 : 공업과 농업 사이 


스토리가 있는 창업가이다. 본디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에서 설계 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자동차는 20세기 산업문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제 마이카 문화는 기후온난화를 초래한 원흉으로 지목되고 지탄받는다. 자동차가 확산됨으로써 개개인의 탄소발자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과연 엔지니어를 접고 새로이 시작한 일은 정반대 방향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로 2020년 3월 창업했다. 공장식 축산을 대신하여 대체단백질을 배양한다고 한다. 요즘말로 푸드테크(Foodtech)나 애그리테크(Agritech), 바이오스타트업의 CEO가 된 것이다. 지구를 망치는 하이테크(High Tech)에서 지구를 살리는 딥테크(Deep Tech)로 전향했다. 오래된 미래, 농업의 최전선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반전이 인생의 변화와 절묘하게 포개짐도 흥미롭다. 그 전환의 계기에 미래세대, 딸이 있었음은 창업 스토리에 감칠맛을 더한다. 환경 관련 다큐와 전시를 본 세 자매가 물었단다. "아빠는 왜 하필이면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해?" 딸들은 임박한 기후재앙에 며칠이나 두려움 속에 울먹였다. 그 모습에 딸부자 딸바보 아빠는 진즉부터 품고 있었던 창업을 결심하고 결행한다. 이미 EBS 다큐멘터리 지식채널 e의 <딸이 울었다> 편으로도 제작된 훈훈한 일화이다.


사업 아이템은 더더욱 흥미롭다. 버섯을 이용하여 대체고기를 만들고 대체가죽을 만든다. 햄버거와 핸드백을 균사체로 제조한다. 의식주 가운데 둘,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긴요한 음식과 옷을 생산하는데 뛰어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생각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동수단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정작 삼시세끼, 우리가 먹는 아침과 점심, 저녁의 결과라고는 쉬이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식량 체계는 정교하고 복잡하다. 식탁에 최종 음식물이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트랙터, 어선, 수송, 가공, 화학 처리, 포장, 냉동, 슈퍼마켓, 부엌에 연료를 공급하기까지 이 모든 공정(value chain)에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는 강력한 아산화질소를 발생시켜 대지를 오염시키고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육류에 대한 인류의 열렬한 선호 탓에 60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을 위한 식량과 목초지를 위해 농지의 거의 절반이 할애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제 제법 널리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포함한 축산 배출물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농업에서 삼림 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식품 관련 배출에 축산까지 추가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야말로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전 세계에서 키우고 있는 소들을 하나의 국가로 친다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정도이다. 그야말로 인류는 지구의 온 생명을 게걸스레 갉아먹어치워 왔다. '먹방'은 동시대 인간의 생활방식에 대한 가감 없는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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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진 대표의 경기 여주 자택 전경. ⓒ이병한 



따라서 식습관의 변화는 지구의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한방,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억 명이 여러 차례 식사를 하고 있으니, 판세를 역전시킬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리가 날씨다(We are the Wether)."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오로지 고기가 되기 위하여 일생을 공장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도 해방시킬 수 있다. 가축을 먹이기 위하여 사용되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토지를 탄소는 먹어치우고 산소는 내뿜어주는 숲으로 가꿀 수도 있다. 땅도 살리고 동물도 살리고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건강도 되살릴 수 있는 일거다득의 첩경이다. 


그러나 입맛만큼 쉽사리 바뀌지 않는 습성도 없음이 커다란 복병이다. 미각은 오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다. 어릴 적 엄마의 손맛, 그리운 고국과 고향의 맛은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근원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소울푸드(soul food)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와인과 스테이크의 우아한 조합도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그만큼 결기어린 결단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행부터가 어렵다. 설혹 결심했더라도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이다.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채식주의자 비율에 허수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채식주의자를 장기적으로 추적해보면 다시 본디의 식습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8할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그래서 육식과 채식 사이 양단간에 선택하라는 윽박지름은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육식과 채식 사이 샛길을 열어주고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육식의 대안이 채식이라는 설교만으로 타박하기보다는, 기왕의 육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폭넓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인류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왔던 일 만년이 넘는 오래된 습관을 바꾸려면 그만큼이나 영리하고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손쉬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눈에도 잘 띌뿐더러, 매력도 갖추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새로운 기술의 역할이 필요하다. 



2. 대체육 : 육식과 채식 사이 


정육점에 널린 시뻘건 생고기는 갈수록 낡은 상품(old-fashioned meat)으로 간주될지도 모른다. 고기가 아닌 고기, 전통적이지 않은 고기, 동물의 살점에서 뜯어내지 않은 고기를 제조하고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은 저 지구 밖에서 공전하고 있는 인공별, 인공위성도 만들어낸 영특한 존재이다. 46억년 지구의 진화 끝에 산출된 가장 복잡한 기관이라는 뇌(brain)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가동시켜 가상의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도 창출해내는 영민한 동물이다. 하물며 지구 위, 이 땅에서 인공적인 고기쯤이야 제작해낼 수 있다. 생명체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도 청결한 방법으로 단백질을 배양하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 엄선된 식물성 대체 식품은 이미 식료품점의 육류 코너로 진출하고 있다. 대학은 연구에 뛰어들었고, 벤처 자본은 과감하게 투자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혁명과 소비시장의 공진화로 상품의 품질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비육류 시장은 벌써 붐이며, 대체육 시장은 이미 봄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2020년이 중대한 변곡점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왕의 식품생산 생태계가 극적으로 붕괴한 탓이다.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서점에는 비건 관련 책들이 날마다 새로 깔리고 있고, 온라인에는 비건 상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인증하고 과시하는 이미지가 흘러넘친다. 관련 기업들을 망라하는 비건 박람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달아오르는 시장만큼이나 백가쟁명, 이름도 다양하다. 'Beyond Meat', 'Clean Meat', 'Cultured Meat', 'Advanced Meat' 등 정명을 둘러싼 패권다툼이 치열하다. 고로 마이셀프로젝트의 사성진 대표에게서도 한참 핫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기민하고 세련된 스타트업 CEO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선정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 우수 벤처팀에 선정되었을 만큼 공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분을 'DEEP FUTURE'를 열어가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꼽은 이유는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다반사 때문이다. 사업의 방향성과 일상의 전환이 어울어지는 점 때문이었다. '글로벌 그린 뉴딜'로 그린테크(Green Tech)에는 벌써 뭉칫돈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성진 대표는 녹색 돈 냄새를 맡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여느 사업가들과 결이 다르다. 라이프스타일도 통째로 바꾸고 있다. 대기업을 떠나면서 사무공간과 거주공간이 바꾸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던 강남역 근방의 서울사무소도 올해 홍역을 겪었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건물 전체가 오래 폐쇄되었고, 수백 명 근무자 전원이 검사를 받아야했다. 밀집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기왕의 오피스 문화의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팬데믹이 지나가더라도 또 다른 역병의 출현이 숱하게 일어날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서울 행렬에 동참해 새 거처로 삼은 곳은 경기도 여주이다. 여전히 수도권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의 보금자리가 터하고 있는 집은 여주시하고도 강천면, 강천하고도 외곽의 적막한 산골짜기였다. 여주 역에서 내려 터벅터벅 두어 시간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은 이틀 전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500평 남짓한 텃밭에는 들깨며 파며 고구마며 올 한해 농사를 지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대문이 없는 외딴 집에 당도하자 나를 가장 먼저 맞아준 이는 하얀 털 강아지이다. 유기견이라고 한다. 이름을 '우주'로 지어주었다. 이 녀석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뜻이란다. 잡종이라고 하니 유니버스(universe)보다는 멀티버스(multiverse)가 어울리겠다. 짬이 날 때마다 세 딸과 강아지와 함께 이산 저산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 버섯 전문가 아빠이니 여기저기 소상히 살펴보며 고사리도 캐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법하다. 도시아이, 벌레를 지독히도 무서워하여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꺼려했던 딸들이 이제는 뱀도 잡아 놀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한 반에 열 명 남짓,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산골 초등학교에 줄줄이 총총히 다니고 있다. 


생체역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답게 2층집 자택 또한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태양광으로 모든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친환경 에코하우스이다. 외출할 때에는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 충전된 전기차를 몰고 다닌다. 세 딸의 방에는 산과 하늘이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을 달아주었고, 방마다 딸린 문을 열고 나가면 곧장 마당으로 이어진다. 2층에는 다락방도 꾸며주었다. 까르르르 세 자매가 웃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작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그들만의 비밀 아지트, 다락방에서 놀고 있었다. 다락방과 함께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주방 겸 거실이다. 주방은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개방형 공유공간이고, 다락방은 고유하고 은밀한 사적 공간이다. 


하얀 눈이 깔린 마당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주방 한 켠에 걸터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변함없이 노란색 둥근 안경테를 콧등에 걸쳤고, 후줄근한 회색 후드티에는 파란색 글씨로 MYCEL 로고가 박혀 있다. 마침 공장에서 배양된 버섯 균사체 고기로 만든 스튜를 한 접시 내어주신다. 본래는 지난 12월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Independence Table'의 상품일 것이다. 더 맛있는 균을 찾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정비하는 등, 기술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공급을 미루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선보이고 시장을 선점하고 싶을 성싶은데, 신중한 성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덕분에 나는 시장 출시 이전의 신상품을 미리 시식해볼 수 있는 특혜, 특권을 누렸다.


채소들 사이로 저 동글동글한 물체가 바로 '고기'렸다. 지긋하게 첫 눈맞춤을 나누었다. 다음은 입맞춤 차례. 사뭇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숟가락을 들고 '고기'를 떠 담았다. 그릇에서부터 내 입 속까지, 최대한 천천히 이동시켰다. 자연적 진화의 소산인 내 몸뚱아리와 기술적 진화의 산물인 '균사체 고기'가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과거와 미래가 접속하는 현재이자, 땅 속의 미생물이 내 위장 속의 미생물과 접촉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현장이었다. 경건한 자세로 입 속에서 오래 궁글리며 차근차근 잘근잘근 먹어보았다. '고기'가 잘게 부수어져 나가며 그윽한 버섯향이 입가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치아에 스며들고 혓바닥을 촉촉이 적시는 이 액체를 '육즙'이라고 해야 할까? 매끄럽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이물감까지 또렷하게 음미해 보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맛일 터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임박했다는 오늘의 인류를 되살려낼 수도 있는 인공의 입맛이며 첨단공학의 참맛이다. 


테크놀로지의 테이스트(taste)인 동시에 매우 오래된 구수한 맛이기도 했다. 균류는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미생물인 탓이다. 우리의 오랜 선조이고 선배이다. 이 묵은 미물이 최신의 생명공학과 결합함으로써 장차 100억 인구를 먹여 살리면서도 지구 환경을 푸르게 푸르게 보존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자연스레 첫 질문은 버섯 균사체로부터 출발했다. 장엄한 지구의 역사, 장대한 지질학적 진화사의 지평에서 우리의 키친 토크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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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셀프로젝트 대체육의 원료인 버섯 균사체. ⓒ사성진 제공



이병한 : 사명이 '마이셀프로젝트(mycelproject)'입니다. '마이셀', 즉 버섯 균사체가 핵심 물질인데요. 왜 이 바이오 소재를 주목하셨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사성진 : 마이셀이 곰팡이에 속하는 버섯균류를 핵심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곰팡이류가 생태계에서 자연 순환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할을 확장하여 자연계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산업적 순환성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화는 거대한 시간의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고, 지구라는 행성과 지구상의 생물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회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지질시대 중 석탄기에는 목재를 분해하는 곰팡이(균)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구 표면에는 대량의 목재 쓰레기가 쌓여 있었죠. 석탄기 말, 진화의 결과로 백색 부후균이 나타나면서,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균류의 등장으로 마침내 자연자원의 순환성이 완성된 것이지요. 균류의 등장이 없었다면 지구 표면은 지금까지도 나무 쓰레기로 뒤덮여 있을 것입니다. 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류가 산업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순환 고리 안에서 분해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켜 우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곰팡이 균류가 산업시스템과 자연생태계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함으로써 현재의 산업 체제를 선형구조에서 자연시스템의 순환 구조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것이 궁극적으로 마이셀이 하고 싶은 일입니다. (계속)



이병한 EARTH+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