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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디어에 소개된 마이셀의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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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임 없는 고기, 버섯으로 만든 지갑...
기술이 만들 대안 식탁과 대안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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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FUTURE]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인터뷰 ②



1. 에코(eco)와 바이오(bio)


사성진 : ......저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류가 산업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순환 고리 안에서 분해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시켜 우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곰팡이 균류가 산업시스템과 자연생태계의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함으로써 현재의 산업 체제를 선형구조에서 자연시스템의 순환 구조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것이 궁극적으로 마이셀이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병한 : 과거의 미생물 균류가 했던 역할을 미래 기술로 전환하여 또 한 번 지구 생명의 진화에 일조하겠다는 발상이 매혹적입니다. 마치 테크놀로지를 장착하여 환경운동을 하시는 것도 같은데요. 저도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100일간 '비육식 두 끼'를 시도하는 모임에 들어갔습니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생명평화운동을 선구적으로 펼쳐 오신 분들이 주축인데요, 그분들과 교류하다보면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미약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무심함을 넘어서 때로는 반감이랄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생태운동과 생명공학 사이의 이 아득한 간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 : 너무 거대한 질문이고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이제 갓 출발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질문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생태운동과 생명공학의 간극은 그동안 과학기술이 노정했던 속성과 그로 인한 모순들에 기인하는 것 같아요. 과학계에 만연한 환원주의나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학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난제들이 숱하게 쏟아졌지요. 또 자본과 결탁한 과학기술이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소비지상주의, 공동체 해체 등 여러 사회문제들을 초래하기도 했고요, 


반면으로 저 역시도 생태진영, 녹색마당에 몸담은 분들을 종종 만나 뵈었습니다. 저로서는 다소 배타적인 마음이 강한 게 아닐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도 품었고요. 현재의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 시스템 안의 계급 구조 또한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립되고 소외되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절실하게 산업문명 이후의 새로운 문명을 갈망한다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서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제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양자 간의 간극은 사고방식과 해결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 공학자로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효용적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생태문명을 선험적으로 지향하기보다는, 생태 시스템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에 기초하여 산업 시스템도 바꾸어 가야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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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진 마이셀프로젝트 대표. ⓒ사성진 제공




이 : 생태농업이랄까요, 유기농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흙에 뿌리를 내린 생태주의와 실험실이나 연구소, 혹은 공장으로 상징되는 푸드테크 사이에는 여전히 감수성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사 : 일단 마이셀프로젝트는 '푸드테크'(Food Tech)보다는 '애그리테크'(Agri Tech)가 맞는 것 같고요. '애그리테크'라는 말 자체가 상징하듯이 더는 농업과 공업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학은 점점 더 생물학에 근접하고 있으며, 유전자 편집기술처럼 생물학은 갈수록 공학과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테지요.


실상은 농업의 출발부터가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기술 개입의 소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 두었다면 1만 년 전의 그 농업혁명도 일어날 수가 없었겠죠. 식물을 재배하여 작물로 가꾸고, 동물을 길러서 가축으로 만드는 일련의 작업이 곧 공학적 실험이거든요. 논과 밭이야말로 자연에 대한 인간적 개입으로 조성된 인공 환경이었던 것이고요. 인공호수라 할 수 있는 저수지도 마찬가지죠. 즉 일백 년 전의 공장식 축산 이전에 일만 년 전의 가축화 역시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우리는 이미 인공조명으로 해가 진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고,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암모니아를 활용하여 인공 얼음으로 작동하는 냉장실을 돌리며 일상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시험관 아기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인공적 개입의 도움을 빌려 쌍둥이를 낳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연임신이 바람직한 것이고 인공임신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인공 고기나 인공 가죽 또한 비슷한 궤적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마이셀프로젝트가 하려는 일을 유기농과 생명공학의 접점, '유기 공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땅을 밟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맞으며 농사를 짓는 행위 속에는 자연과 더불어 생산을 한다는 생태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거든요. 땅에 대한 존엄과 농사라는 행위의 위엄을 느끼게도 되고요. 하늘과 땅과 사람의 합작품, 천지인의 조화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단백질 공급을 배양소에서 대신한다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 : 자연의 위대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생산과 소비가 글로벌화 되면서 확실히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특정 제품을 소비할 때 그 원료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관건은 자연과 자본 사이, 야생과 인공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생태 시스템도 무수하게 많은 메커니즘이 켜켜이 쌓여서 축적된 것이잖아요. 자본의 시스템은 그 자연 시스템에 기초해서 작동할 수 있는 것이고요. 저는 기왕의 공학 또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기공업'이라는 표현에 빗대자면, '생태공학'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가령 저희가 하려는 균사체 기반의 단백질 공급과 비건 가죽의 생산 또한 자연과 깊이 연동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식량 관련 선물시장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저렴하던 설탕의 가격조차 굉장히 비싸질 수 있어요. 버섯 균을 배양하여 인공고기를 만들고 인공섬유를 짓는 데에는 반드시 발효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설탕 가격이 점점 오르면 공학에 기반한 단백질 생산의 비용도 굉장히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저희의 사업 모델은 성립조차 할 수 없습니다. 즉 자본과 자연은 애당초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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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은 과연 생태주의의 적이기만 한가. 비건만이 올바른 우리의 '미래'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있나. 



이 :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오래된 미래>라고 있지요. "라다크로부터 배우다"가 부제인데요. 저 또한 과거로의 회귀가 과연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과학과 공학의 적극적인 결합으로부터 미래를 창조해가는 새로운 방향에 훨씬 더 관심이 기울고요.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보다는 '깊은 미래'(Deep Future)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지난 30년 IT혁명을 촉발했던 하이테크(High Tech)와는 다른 지향으로 지구와 생명의 진화에 일조하는 기술을 딥테크(Deep Tech)라고 하더군요. 마이셀프로젝트가 확보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야말로 딥테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 : 마이셀의 기술을 멋진 단어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범용화 된 기술을 다른 성격으로 활용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범용적 기술은 그 해당 분야에서는 흔한 것이겠죠. 미디어에서 다른 컨텍스트와 컨테이너에 따라 컨텐츠의 파급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범용적 기술 또한 어떤 관점으로 어디에 활용하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마이셀의 기술적 본질 또한 버섯농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기술로 버섯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산업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데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따라서 기술의 가치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마이셀프로젝트의 기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효모의 발효에 기댄 맥주나 요구르트야말로 최초의 생명공학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치와 된장, 치즈 같은 음식도 마찬가지이고요. 공학이나 기술이라는 단어에서 비롯하는 거부감부터 거부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식탁은 인간과 자연을 잇는 생태적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본이 만나는 기술적 연결망이기도 합니다.


이 : <Rethink X>라는 자료를 추천해 주셨잖아요? 덕분에 굉장히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그 책은 과학기술보다 더 나아가던데요? 음식(Food)을 소프트웨어(Software)로 접근합니다. 이런 파격적 주장은 기존의 생태주의자에게 반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는 표현이 아닐지요? 불경하달까? 


사: 영양학적으로 음식이란 단순히 영양분의 조합, 영양소의 패키지입니다.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과 비타민, 미네랄 등등이 결합된 것이죠. 그 중에서도 단백질은 모든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분입니다. 이 필수 영양소를 얻기 위해서 인간은 그동안 거대한 유기체, 즉 동물을 자르고 찢어서 필요한 영양분을 추출해왔지요. 필요하지 않은 부위는 버려졌고요. 어마어마한 육류 폐기물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비효율적인 식량생산체제였다고 하겠습니다. 대형 유기체를 난도질하는 도살은 너무나 힘들고, 너무도 값비싼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정밀 생물학의 발전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필요한 만큼만 조립하고 조합해낼 수 있게 됩니다. 미생물을 프로그램화 하여 복잡한 유기 분자도 생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것도 매우 정확하고 다루기 쉬운 방식으로요.


이 : 저는 한국 생명운동의 원조로 동학운동을 꼽는데요. 동학쟁이들이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문자를 즐겨 썼습니다. 하늘로 하늘을 먹는다.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생명의 생태적 순환 과정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적출이 아니라 창조라니, "작천식천"(作天食天), 하늘을 지어서 하늘을 먹는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사 : 상상력을 해방해야 합니다. <Rethink X>의 발효기술을 통한 원료 생산 또한 음식을 소프트웨어화 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된 푸드는 계절과 날씨, 가뭄과 질병 등 여타의 자연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로부터도 자유로워집니다. 즉 지정학이나 지경학의 조건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탈중앙화와 현지화, 로컬 비즈니스로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식량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그 어마어마하게 긴 탄소발자국을 대폭 줄이면서도 더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이 가능해지죠. 회복탄력성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입니다. 


이 : 요리사, 셰프라는 직업이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조리사를 앞으로는 ‘푸드 엔지니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사 : 현실화된다면 푸드 엔지니어링 네트워크도 만들어질 수가 있겠죠.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디자인 앱을 활용하여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변주하듯이, 푸드 엔지니어들이 제작한 음식의 레시피를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하면 그것이 일종의 디지털 분자 요리책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죠. 세계 어느 곳의 푸드 엔지니어들도 세계 어떤 곳의 새로운 음식이든 실시간으로 조합해낼 수 있게 됩니다. 더 싸게 더 맛있는 음식을 더욱 빨리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 단백질원의 대체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 :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정밀 발효 기술을 통해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면 그 비용이 설탕 가격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기존 비용의 1/5로 줄어들고, 2035년까지는 1/1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의 경우, 평균 4인 가구당 식비가 1,200달러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130만 원 안팎이니 가계에 쏠쏠한 도움이 되겠지요. 


이 : 환경적 개선 효과도 크던데요. 


사 : 일단 공장식 축산을 위해 사료 공급용으로 조성된 옥수수와 콩 농장이 대거 사라지게 되겠죠. 가축을 길렀던 목장과 그 가축을 먹이기 위해 만들었던 농장의 토지 가운데 60% 이상을 숲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토양 생태계를 되살리는 다년생 식물들도 복원될 것입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느라 탄소를 내뿜었던 땅이 재차 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생태적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죠. 규모로 치자면 아이오와주의 13배에 해당한다고 해요. 미국으로 따지자면 1803년 루이지애나 주 구입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입니다. 


또 동물 사육, 특히 소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탄소의 양이 엄청났잖아요? 2030년까지는 그 온실가스 또한 60%, 2035년까지는 80%까지 감축될 수 있습니다. 농업과 축산업에 필요했던 석유 수요도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물 사용량은 2030년까지 50%, 2035년까지는 75% 이하로 줄어들 것이고요. 각종 동물 폐기물과 호르몬, 항생제에 의한 강과 호수, 바다의 오염 등 수질개선도 대폭 개선이 되겠죠. 실제로 <프로젝트 드로다운>에서 기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현존하는 기술을 뽑았는데요, 상위 20개 기술 중 12가지가 소규모 농업 및 식품과 관련된 항목이었습니다. FOOD & LAND가 핵심적입니다. 


이 : 동물해방 측면에서도 획기적입니다. 


사 : 맞습니다. 최종적으로 완벽한 인조 스테이크 생산까지 도달하게 되면 기존의 축산업은 완전히 소멸할 것입니다. 시장의 진화에 의한 파괴적 혁신이 바로 이러한 것이죠. 가장 먼저 소가 해방될 것이고 닭과 돼지와 생선도 그 뒤를 이을 것입니다. 오로지 먹히기 위해 고기로 태어났던 비극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죠. "beef"는 사라지고 "cow"가 되돌아올 것이며, "pork"는 없어지고 "pig"가 되살아날 것입니다. 


돌아보면 고래와 말 등의 동물해방도 기술의 진화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19세까지 고래 사냥은 대개 등유 램프, 고래 기름을 얻고자 행해졌지요. 20세기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함으로써 고래 시장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19세기까지도 주요한 이동수단은 말이었습니다.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느라 말들은 가혹한 채찍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들의 잔혹사를 끝낸 것 역시도 헨리 포드가 '인공 마차', 자동차를 발명해낸 덕분이죠. 전구와 자동차가 20세기를 상징하는 기계공학의 산물이라면, 21세기는 생명공학에 힘입어 동물해방에 혁혁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 '할랄 식품'이라는 것이 있죠. 청결하게 기르고 고통이 덜한 죽음을 요청하는 이슬람식 윤리가 반영된 식문화인데요. 저도 종종 이태원까지 가서 뉴질랜드산 할랄 양고기를 사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정작 뉴질랜드를 가보았더니 광활한 목초지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양의 풍경이 무척 기괴하게 보이더군요. 인구는 고작 500만인 나라에서 가축은 5,000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아이러니. 그 목초지라는 '인공자연'을 조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숲이 사라졌을까도 상상해보게 되었고요. 왜 그토록 청정한 뉴질랜드가 '기후악당국가'로 손꼽히는가 의아했는데 현장을 방문하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육류 소비를 줄이면 개개인의 건강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사 : 맞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로 인한 각종 질병의 개선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미생물 혹은 식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한 대체육을 섭취하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심장병, 비만, 암 등에 지불되었던 의료비용도 대폭 줄어들 수 있고요. 값싸고 맛좋은 단백질의 생산과 공급은 발전도상국에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 공급은 더욱 건강한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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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셀프로젝트의 균사 대체육 브랜드 '인디펜던스 테이블.' ⓒ사성진 제공 



2. 비거니즘 : 열풍과 거품 사이 


이 : 마침 동물해방, 환경보호, 건강 증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건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가 박사논문을 쓰러 UCLA에 공부하러 간 것이 꼭 10년 전, 2011년이었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비거니즘을 접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녹색평론> 등을 통하여 기업형 농업의 해악이나 공장식 축산의 병폐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몸의 변화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거든요. 고기를 찾아다니며 먹지도 않았으나, 그렇다고 굳이 고기를 마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라이프스타일 실험의 최첨단을 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채식주의에 동참하는 이들이 적지 않더군요. 물론 당시만 해도 여전히 어쩐지 지하서클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의 구별 짓기라는 혐의도 없지 않았고요. 그러나 지난 십년 사이, 지금 비거니즘은 한국에서도 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소수자 문화에서 주류적 생활방식으로 진화했다고 할까요. 넷플릭스의 <게임 체인저> 등도 비건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지 않았나 싶고요.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비거닝을 시작한 분들을 거듭 친구추천으로 알려줍니다. 새해가 되면서 그 숫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채식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마이셀의 대체육 브랜드인 <인디펜던스 테이블>도 비건 시장을 겨냥한 것일까요? 


사 : 매우 민감한 주제인데요. 저로서는 이전의 생태주의에 일정한 배타성이 있던 것처럼, 현재의 비거니즘 또한 또 하나의 편향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나 공학자로서 과연 시스템의 전환에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식물만 먹으면 과연 개개인은 더 건강해지는지, 지구 환경은 더 개선되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불의 발명 이후로 인류는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공학적 성취의 소산으로 열량을 대량 보급하고 뇌를 향상시키면서 현재의 지배적인 종이 될 수 있었거든요.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푸는데 채식이 꼭 정답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비거노믹스에 기민하게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대자본이 과연 얼마나 환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닉하는 자본주의의 상품 논리의 변형일 가능성도 적지 않거든요. "고기 없는 월요일"처럼 일주일에 하루 이틀 실천하는 운동이나, "VB6"(오후 6시 전까지는 채식) 등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출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희 또한 비건식품이나 비건가죽 시장만 보고 대체육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비건 시장은 여전히 전체 식품이나 의류 시장의 규모에 비하자면 미미한 정도입니다. 플렉시테리안 등 한층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요.


이 : 서울시 교육청이 채식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채식의 날'을 만들어 학교 급식을 시도한 모양인데, 도리어 음식물 쓰레기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특히 성장기의 남자아이들이 채소 반찬을 거의 다 버린 후에 학교가 마치자마자 패스트푸드점으로 달려가 햄버거를 폭풍흡입 하더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사 : 세 가지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채식주의가 되는 길, 채식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길. 전자는 불가능할 것이고요, 후자는 개선의 여지가 없죠.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제3의 길,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버섯 균사체로 식물성 단백질을 제조해내는 저희도 그 세 번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고요. 학교나 군대, 병원이나 기업의 구내식당 등등에서도 일괄적으로 채식을 제공하기보다는,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쪽이 적절한 접근 같아요. "인디펜던스 테이블"의 배양육이 대량생산 단계에 이르면 채식 선택권의 일환으로 급식 공급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이 : 육식에서 채식으로의 전면적 전환, 비건이 뉴노멀이 되기보다는 육식 최소주의라고 할까요, 미니멀리즘으로 가는 쪽이 더 합리적이라는 뜻으로 접수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본래 고기는 백년 전만 하더라도 별미에 해당했겠죠. 육식은 주식이 아니라 별식이라는 본래의 위상으로 되돌아 가야하지 싶습니다. 정책적 개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왕의 동물성 단백질 생산에 소요되는 사회적, 환경적 외부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고 구매 선호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육류세라고 할까요, 마치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처럼 고기 소비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재정적인 역인센티브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 : 공장식 축산의 부정적인 결과로 조류독감 등의 비상사태가 주기적으로 일어나잖아요? 그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살처분으로 대처하죠. 그런데 그 살처분 이후의 환경적 비용도 어마어마하거든요. 사체가 부패하면서 박테리아 번식이 엄청나게 증폭하고요. 특히 여름에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기에서도 균사체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시체를 미생물적으로 분해해서 최대한 일찍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지요. 박테리아 증식은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토양의 회복은 최대한 빨라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지역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미생물적으로 분해하는 작업도 가능해요. 균사체가 폐휴지를 분해해서 재생지 포장지를 만들어 지역에서 재활용하는 일도 시도해 볼 수 있겠지요. 제가 균류의 가능성에 푹 빠져있는 이유 또한 식품과 가죽에 한정되지 않고 로컬 단위의 순환경제 구축에 크게 일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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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의 힘으로 탄생하는 푸드 엔지니어링은 동물 해방 측면에서도 획기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곧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3. 그린워싱과 그린뉴딜 


이 : 말씀만으로도 신박하네요. '기술에 의한 정화(淨化)'라고도 할 수 있고, '시장을 통한 성화(聖化)'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자본의 화해이자, 성과 속의 화합이라고나 할까요. 작년 11월에 환경재단과 함께 주최했던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회의의 '전환을 위한 스타트업' 섹션에서 발표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PT 자료를 다시 살펴보니 '그린 워싱'(녹색 세탁)이라는 표현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대체육 시장을 주도해왔던 콩 기반 대체단백질 상품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셨는데요.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 : 작년(2020년) 초에 <네이처>에 관련 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이 기왕의 공장식 축산에 기초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보다야 더 생태적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죠. 다만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 식물성 단백질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결국 대규모 기업농에서 대두를 생산하고 있거든요. 그 기업농들이 콩을 재배하는 방식을 보면 결코 생태 친화적이지 않아요. 토지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미생물인데, 대규모 대두 재배에는 화학비료가 필히 사용되는 고로 토양미생물 또한 거개가 죽고 마는 것이죠. 토지의 질이 나빠지고 사막화를 야기합니다. 


또 노지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갈수록 취약하다는 약점도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가뭄이나 화재, 홍수 등등 기후재난이 갈수록 빈번해지잖아요? 그렇다면 대두의 수확과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고, 콩을 주원료로 하는 식물성 대체육의 가격은 도리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대기에 CO2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 내 단백질 함량의 비중이 축소되기도 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대두를 생산하려면 그만큼 많은 대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또 그만큼이나 대기의 이산화탄소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고 만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재배 이후에도 여전히 민감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콩으로 만든 인공 고기의 식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첨가제들이 들어가고 있어요. 그 첨가제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GMO 이슈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건 식품이라는 광고 효과만 취할 뿐, 실제로는 가공식품의 끝판왕인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콩고기를 구입하실 때는 반드시 성분 확인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화학 실험 기구 목록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즉 이런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콩기반 식물성 대체육이 과연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먹을거리인가 판단이 쉽지 않죠. 저는 비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 대자본들의 녹색 이미지 세탁,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혐의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 제가 처음 대표님 뵙고 이 사업이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던 것은 버섯 특유의 식감 때문이었습니다. 버섯은 본래 고기에 못지않게 고유의 맛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버섯전골을 먹으면 고기보다 버섯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것도 같고요. 


사 : 버섯의 균사체를 배양한 대체육이라고 해서 버섯의 텍스쳐가 그대로 고기 식감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실체를 쓰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 : 그런가요? 그건 좀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사 : 다만 근섬유 모사를 통한 텍스쳐 만들기는 콩보다 버섯이 훨씬 유리하죠. 그만큼 대체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투입되는 화학첨가물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요. 


이: 대체육이 있고, 또 배양육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PT 자료에 보면 2018년 식물성 대체육에서 2030년 배양육으로 가는 이행 단계에 마이셀프로젝트를 위치시켰던데요. 그럼 현재의 사업모델은 중간 단계로 이해해도 되는 것일지요? 2030년이 되면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각 가정에서 직접 배양육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더군요.


사 : 일단 현재의 기술적 수준에서 배양육은 모순이 너무나 많습니다. 동물세포를 실험실 안에서 배양하는 데에는 소태아의 혈청(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태어나기 전의 소태아에서 혈청을 뽑아내서 줄기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죠. 소태아 혈청은 도살장에서 갓 잘라낸 소태아의 박동하는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어 추출해요. 태아가 죽을 때까지 약 5분 동안 심장에서 피를 뽑아내고 그 다음에 혈청을 추출하는 것이죠. 혈청에는 세포와 혈소판 혹은 응고인자는 없지만, 세포가 증식하게 하는 영양분과 호르몬, 성장인자는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개발하거나 암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 등 의학 연구에서는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즉 배양육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만큼이나 많은 소의 태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됩니다. 기왕의 공장식 축산에서 '고기로 태어난' 동물들의 비극적 삶이 문제였다면, 배양육은 '태어나지도 못한' 소가 오로지 혈청 제공의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생명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게다가 소 태아 혈청은 무척 비쌉니다. 1리터에 7~80만 원을 호가해요. 최초로 배양육 패티를 쓴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데 50리터의 혈청이 필요했다고 해요. 어처구니없을 만큼 비싼 햄버거였던 까닭이지요. 3D 프린터 역시도 비용 측면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습니다. 동물세포의 그물망을 만들어 3차원으로 증식시켜서 고기 형태를 조합해내려면 굉장히 면적이 큰 프린터가 필요하거든요. 저는 굳이 단백질 공급을 위해서 대면적 3D 프린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의료형 인공 장기를 만드는 쪽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더 의미가 있겠죠.


이 : 그렇군요. 스마트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생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사 : 현재의 기술 역량에서 스마트팜의 최대 문제는 주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겠죠. 쌀이나 보리, 밀 등 주요 식량을 키우기 힘들어요. 상추 같은 잎채소나 방울토마토 정도가 적당한 단계죠. 스마트팜은 어디까지나 보완의 영역이지,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 : 균사체 기반 단백질 공급의 미덕으로 '고유균'이라는 점도 꼽으셨던데요. 우리나라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버섯으로 만든다는 뜻인가요? 


사 : 그렇습니다. 외국의 버섯을 사용하려면 생물다양성 협약에 근거해서 라이선스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저희는 오로지 국내의 균사체만 배양하죠. 그래서 더욱 생태적인 의미도 크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동물성 단백질은 말할 것도 없고 콩 기반 식물성 단백질 또한 탄소발자국이 꽤나 길었거든요. 균사체 기반 단백질은 로컬에 기초했기에 탄소발자국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저희가 만드는 '인디펜던트 테이블'이 외국에서도 소비된다면, 우리나라의 고유균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의미도 품게 되죠. 그래서 농촌진흥청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주실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 한국이 버섯 재배에 유리한 나라인가요? 


사 :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온다습한 나라가 미생물 다양성이 더욱 풍부하죠. 다만 버섯 균사체는 토양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주로 산림 바이오매스, 쉽게 말해 톳밥을 사용해 배양하죠. 한국은 전체 국토 면적의 7할이 산이잖아요. 스마트 포레스트(Smart Forest), 미래형 임업과도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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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셀프로젝트의 균사 가죽. 기술은 윤리적 문제가 있는 가죽 역시 동물 대신 균사로부터 얻어낸다. ⓒ사성진 제공 



이 : 잘 알겠습니다. 주로 대체육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마이셀프로젝트의 주력 제품군에는 비건 가죽도 있잖아요. 이쪽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 : 제가 원래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였잖아요. 대체 가죽은 당시부터 줄곧 관심을 가졌던 분야입니다. 기존의 가죽 산업은 기업형 목축의 부산물 산업이고 블랙스미스(Blacksmith)가 선정한 세계 3대 오염산업 중의 하나입니다. 버섯균사체를 통해 동물가죽의 원피를 대체하는 소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연바이오플리머를 원피와 결합해 기계적인 물성을 증가시켜서 가죽화하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죠. 좌석부터 핸들까지 자동차에 의외로 가죽 제품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 시장 또한 파괴적 혁신으로 돌파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 : 비건 패션도 한창 뜨던데요? 


사 : 맞습니다. 저희들에게도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의 협업 문의가 자주 들어와요. 안경점의 공간 디자인을 비건 가죽으로 해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생물 소재를 사용하는 독특함에서 비건 디자인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것이죠. 균사체를 통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저희도 설치 미술가 등과 협력해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메이저 패션업체들이 선도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준다면 오히려 이쪽에서 대체육 시장 이상의 더 큰 사업적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 예술 쪽에서는 바이오아트(Bio Art)라는 개념도 등장했더군요. 정말로 마이셀프로젝트 한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 나라와 온 생명 전체를 생각해서도 하시는 일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꾸려나가시려면 어려움 또한 적지 않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어쩐 점이 가장 힘드실까요? 혹은 어떤 식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실는지요? 마침 한국 정부도 K-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꼽고 있기도 합니다. (계속)


이병한 EARTH+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