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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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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디어에 소개된 마이셀의 소식입니다.
취재 문의는 contact@mycelproject.com으로 연락 주십시오.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2)
곰팡이를 이용해 대체육·대체가죽 개발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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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자원 순환형 사업 추진하는 사성진 마이셀 프로젝트 대표


효모와 곰팡이, 버섯을 포함한 균류가 처음 지구에 등장한 때는 석탄기 말이다. 자연이 만든 가장 탁월한 ‘분자 분해 물질’인 균류는 이전까지 썩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있던 나무쓰레기를 분해해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균류의 분해로 나무가 썩으면서 석탄이 지층에서 사라졌고, 석탄기가 끝났다. 자연순환을 완성한 균류는 인간이 등장한 이후, 막걸리와 맥주 같은 주류를 만들거나 치즈와 된장 등 발효음식을 만드는 데 활용됐다.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페니실린은 의약품으로 만들어졌다. 기후위기가 가시화된 지금, 균류와 버섯은 새로운 쓰임새로 주목받는다. 대체고기와 대체가죽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식이다. 축산업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곰팡이로 대체고기를 만들 수 있다면, 소의 되새김 과정에서 강한 온실가스 효과를 내는 메탄을 줄일 수 있다. 축산 사료를 만들기 위한 대규모 기업농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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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진 마이셀 프로젝트 대표가 4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다른백년 제공 




지금까지 기업 활동은 지구를 살리기보다는 망치는 쪽에 가까웠다. 제품 생산 과정의 끝에 쓰레기가 남고, 대부분은 다른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땅에 묻히고, 소각장에서 불태워진다. 지금도 지구를 살리겠다고 말은 하지만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자극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마이셀 프로젝트는 단방향의 생산과정을 순환하는 형태로 바꿀 열쇠로 균류에 주목했다. 이미 곰팡이를 이용한 대체육과 대체가죽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사성진 마이셀 프로젝트 대표는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 지구를 살리는 기업활동을 상상력과 전환, 재생이라는 세가지 핵심어로 정리했다. 기술을 통해 새로운 자원 순환형 사업을 상상하고, 미래세대와 모든 생명체를 위해 지속가능한 재생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오간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균사체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곰팡이를 설명하면, 실처럼 자라는 균사라는 형태를 갖고 있다. 균류 중에서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자실체를 형성하는 걸 버섯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균이라고 하면 누룩균도 있고, 푸른곰팡이들도 균이다. 버섯은 자실체를 생식기관이라고 표현하는데 환경이 안 좋아지면 이런 생식기관에서 포자를 날려 살기 좋은 데로 이동한다. 이들은 자연의 생명주기 끝단에서 유기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균에서 산을 만들어내 유기물의 탄소결합을 끊어서 복잡한 탄수화물을 단당체로 바꿔 흡수한다. 그 과정에서 유기물이 분해된다. 소나 돼지가 살처분될 경우 분해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린다. 썩는 과정에서 침출수가 나오면서 환경오염도 심하다. 하지만 살처분 전 곰팡이 포자를 음식물에 섞여 먹인 후 묻으면 3개월 만에 사라진다. 악취도 크게 나지 않는다.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도 정화할 수 있다. 불버섯의 경우 기름에 있는 탄화수소를 깨서 탄수화물로 전환한 후 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꿀 수 있다. 산업폐기물이 나오는 하천에 버섯균을 섞은 흙자루로 방벽을 치면 대장균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오염된 지역을 생명의 터로 복원하는 것이다. <미래소년 코난>에서 플라스틱으로 빵을 만드는 내용이 나오는데 최근 미세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스티로폼을 분해하는 버섯균도 있다.”



- 곰팡이와 버섯균의 응용 분야는.


“곰팡이와 버섯균의 생장 부분인 균사체는 네트워크 형태로 성장하는 특성이 있다. 이 구조를 이용해 다양한 자원과 폐기물을 분해해 흡수가 쉬운 수용성 형태의 영양원으로 변형한다. 응용 분야는 크게 4가지 정도다. 균사체를 이용해 타일과 합판, 스티로폼 같은 바이오 소재를 만들 수 있다. 균사체가 흙을 잡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접착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 곰팡이나 버섯균의 경우 당을 흡수하기 위해 효소물질을 내보내면서 특수한 물질을 합성하기도 하는데 이를 화장품과 의약 소재로 쓸 수 있다. 곰팡이는 적당한 탄수화물과 적당한 단백질과 지방을 갖고 있다. 곰팡이를 모아 치대면 반죽처럼 되는데 이를 마이코프로틴(균단백질)과 대체육으로 먹을 수 있다. 오염지역 복원에도 쓰인다.



- 곰팡이를 이용한 대체가죽은 어떻게 만들었나.


“우린 화이트바이오(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를 개발하는 업종) 스타트업에 속한다. 버섯이나 곰팡이 등 균류의 생리적 특성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를 만든다. 버섯균을 3~4주간 배양해 빵처럼 키운 후 압축해 가죽화 처리를 하면 가죽과 비슷하게 된다. 가죽 섬유가 4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두께를 갖는데 균사체가 딱 그 정도의 굵기를 갖는다. 그래서 만졌을 때의 감촉이 가죽과 비슷하다. 물론 아직 질감을 다 못 살리는 경우가 많고, 우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현대차 연구원이었는데 창업을 한 계기는.


“기계공학을 전공해 수치모델을 이용해 충돌 시 사람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파악하는 가상실험을 했다. 현대차에서 운 좋게 곰팡이를 이용한 가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방향성을 잡았다. 돈은 부수적이었고, 직접적인 창업 동기는 아이였다. 적어도 우리 아이 또래들에게 조금이나마 어른들이 이 정도는 했다고 말할 수 있길 원했다.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상상력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상품이 아니라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가 없으면 얻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마이셀이 조금이나마 길을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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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균을 배양해 만든 대체육 / 마이셀 프로젝트 제공



- 탄소중립보다 적극적인 탄소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호주 산불로 짧은 기간 동안 3억60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 이 산불로 호주 국민의 76%가 기후변화로 산불 빈도가 늘어날 걸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한해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는 360억t이었다. 결국 산불 같은 재앙보다 인간의 책임이 무조건 크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 증가를 2도 내에서 묶자고 하는데 이 상황도 살기 좋은 수준은 아니다. 검붉게 사는 대신 시뻘겋게 사는 정도의 차이다.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선택지보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폴 호컨이 말한 ‘드로다운’이 필요하다. 드로다운은 탄소를 적극적으로 흡수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해가 바뀌며 점점 떨어지는 시점을 뜻한다. 폴 호컨이 드로다운을 위한 20가지의 주요 해결책을 언급했는데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농업과 토지 이용과 관련한 조치들이 20개 중 12개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이 100이면 26%가 식량 부문에서 나오는데, 그중 31%가 축산과 어업에서 발생하고, 인간을 위한 작물 재배에서 27%가 나온다. 가축을 위한 토지 이용은 16%를 차지한다.”



- 결국 육류 기반의 단백질 소비를 줄여야 하나.


“식량위기를 극복하려면 대규모 농업이 필요하다지만 실제로는 작은 가족농에서 필요한 식량의 70% 이상을 충당한다. 대규모 기업농의 산물은 대부분 가축사료로 쓰인다. 하지만 여기서 비료를 다량 사용하면서 이산화질소와 같은 질소화합물이 많이 나오고, 생물다양성도 없어진다. 이 모든 사달이 단백질에서 생긴다.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50g 이하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먹는다. 인구가 2050년 92억명으로 늘면서 육류 소비량은 2018년 304만t에서 455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고기를 대체하는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해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35년 약 3000억달러(약 368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쯤 전 세계 육류시장의 30%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 콩 기반의 대체육과 미생물 발효 대체육의 차이점은.


“2019년 이후 3년간 미생물 발효를 이용한 대체육 시장 투자가 2억8000만달러에서 17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식물성 추출 단백질 분야는 6억7000만달러에서 19억달러, 줄기세포를 이용한 배양육 분야는 6000만달러에서 14억달러로 늘었다. 균류 기반의 단백질 개발에 투자가 크게 늘어난 건 식물성 추출 단백질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 단백질 1㎏당 이산화탄소가 27㎏ 정도 나오는데 식물 단백질은 21㎏이 나온다. 반면 미생물 발효 단백질은 1.5㎏ 정도다. 식물대체육은 단일재배의 대규모 경작 시스템에 의존한다. 표토층을 갈아 파종하는데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땅의 두께는 최대 15㎝다. 미생물이 땅속의 수분과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고 있는데 표토층을 갈면 미생물이 공기층에 노출돼 다 죽는다. 미국에서 밀경작을 하는 곳은 거의 다 사막화를 겪고 있다. 땅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면서 장기적으로 탄소흡수 능력을 잃게 된다. 경작 시스템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굴러간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식물 내 단백질 함량도 줄어들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고, 과도한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고, 식감도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에 식물대체육은 설득력 있는 대안이 절대 아니다. 반면 미생물 발효 단백질은 성장률이 높다. 1만ℓ짜리 발효기에서 하루에 2t씩 ‘고기’ 같은 단백질이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 등 광범위한 탄소원을 먹이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 형태로 세포가 성장하기 때문에 동물의 근세포를 모사하기 쉽다. 외국에서 밀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 푸드 서플라이 체인이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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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셀 프로젝트가 곰팡이(위)를 이용해 만든 대체가죽 / 마이셀 프로젝트 제공 



- 발효 단백질을 만들 때 쓰는 미생물은 어떻게 찾았나.


“처음에는 버섯균으로 시작했는데 버섯은 균류 중에서도 굉장히 느리게 자란다. 배양을 할 때 4일 정도가 걸려 생산 단가가 안 나온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곰팡이를 찾았는데 전국 양조장과 누룩 제조소를 돌면서 누룩균을 채취했다. 여기서 108개의 미생물을 동정(미생물의 종을 판별해 어떠한 특성이 있고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아내는 작업)한 후 냄새가 좀 덜 나고 하얗고, 빨리 자라면서도 실처럼 자라는 애들을 찾았다. 곰팡이들은 독소를 갖고 있어서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독소를 내지 않는 애들을 골랐다. 최종적으로는 누룩균 중에서 3개를 골라 시험배양을 했다. 영국의 쿼른(QUORN)의 경우 토양 미생물인 푸사리움이라는 균을 사용한다. 성장률과 더블링 타임이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세포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데 드는 시간이 1.5~2시간으로 쿼른 대비 2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였다.”



- 발효 단백질의 단점은 없는가.


“술을 담글 때 발효 과정에서 설탕을 많이 쓴다. 우리도 이런 설탕에 기반을 두고 있어 원료 물질을 바이오매스 등 좀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맥주박’의 경우 지금까지는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이걸 배지로 쓰려고 한다.”



- 축산업계에서는 대체육 업계가 ‘소시지’나 ‘스테이크’ 등 고기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굳이 안 써도 괜찮다.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축산업의 미래는 2030년 무렵이면 끝날 거라고 본다. 미생물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정밀발효가 발달하고 있다. 목축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시장이 유제품인데 이미 우유도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곰팡이에 집어넣어 만드는 상황이다. 축산업에 하나하나 대응하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할 시간에 마차를 만드는 사람과 싸우는 상황이 된다.”



- ‘프로젝트 뫼비우스’라는 이름으로 곰팡이를 이용한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생태 모방 건축으로 유명한 마이클 폴린을 좋아하는데 그는 도시나 한 건물 내에서 음식과 에너지, 물과 폐기물의 순환을 묶어내는 걸 강조한다. 한쪽의 폐기물이 한쪽에선 자양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민물어류를 키우면서 그 배설물이 농장 채소를 키우는 비료를 대신하는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가 비슷한 예다. 하지만 이런 스마트팜은 주로 채소나 딸기에 국한된다. 이걸로는 미래의 식량난에 대응하기 어렵다. 단백질이 더해져야 한다. 그럼 이제 하나씩 꼬리를 물고 갈 수 있다. 식물이 먹는 건 양식장에서 나왔으니 양식장 어류가 먹을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건 미생물 합성으로 사료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간단한 대안도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먹어치우는 ‘동애등에’이다. 파리의 일종인데 2주만 되면 2㎝ 크기로 자란다. 글루탐산이 많기 때문에 먹으면 사실 되게 맛있다. 어쨌든 얘네를 키울 때 음식물쓰레기를 쓰니 암모니아가 많이 생긴다. 우리가 발효할 때 많이 필요해 공급받을 수 있다. 결국 음식물쓰레기에서 동애등에를 키워 동물성 단백질원을 만들어 양식장에 주고, 질소화합물은 우리에게 주면 된다. 동애등에의 분변토는 퇴비로 쓸 수 있는데 염분이 많아 톱밥이 필요하다. 이건 우리가 버섯을 키울 때 쓰는 걸 제공할 수 있다. 톱밥은 숲을 간벌하는 과정에서 매년 30만t 정도의 바이오매스가 나오는데 거기서 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단방향의 산업 시스템으로는 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런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이렇게 폐기물을 엮어 다른 산업의 자원으로 쓰는 연결고리 확장 작업을 하고 싶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